고인돌을 세운 사람들
장면마다 바람·모닥불·강물 소리가 바뀌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 음악도 달라져요.
강가에 뿌리내린 다래네 마을 사람들은 흙으로 그릇을 빚고, 씨앗을 뿌리고, 통나무배를 저어 강과 바다를 오갔다. 그렇게 수천 년이 흐른 어느 가을, 다래의 먼 후손이 사는 마을에 북쪽에서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다. 앞장선 사내가 치켜든 칼은 돌도 나무도 아닌, 해처럼 빛나는 금속이었다.
등장인물
언덕 마을의 아이
밭을 가는 농부
옛이야기를 안다
마을의 우두머리가 된다
제사를 올리는 늙은이
그 금속, 청동은 북쪽에서 건너와
오랜 세월에 걸쳐 한반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청동기 시대가 열렸다.
누리나는 누리. 우리 마을은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마을 둘레에는 도랑과 나무 울타리를 둘렀다. 언덕 아래 물가에는 작은 칸으로 나눈 논이 있었다.
봄이 오면 아버지는 따비를 밟아 밭을 갈아엎었다.
그릇 바닥도 평평한 게 좋단다.
가을, 물을 댄 낮은 땅에서 벼가 누렇게 익었다.
부리는 사람도 많단다.
반달 모양 돌칼에 끈을 꿰어 손에 걸고, 익은 이삭만 골라 하나하나 땄다.
부리는 일이 없었다더구나…
곡식이 남아도는 집과 모자라는 집. 사람 사이에 높고 낮음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 무렵, 누리의 마을에서도
청동을 녹이는 불꽃이 타올랐다.
누리그날 나는 처음으로, 청동을 붓는 모습을 보았다.
구리에 주석 같은 금속을 섞어 녹인 청동은 귀했다. 재료도, 녹이는 기술도 아무나 가질 수 없었다.
빛나요!
청동을 가진 사람이, 곧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곡식이 쌓이자, 그것을 빼앗으려는 자들도 나타났다.
이 마을은 내가 지킨다!
큰 창고 집 주인이 앞장서 싸운 덕에, 마을은 곡식을 지켜 냈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싸움을 이끈 그는 이제 더 많은 땅과 사람을 다스렸다. 이런 우두머리를 군장이라 한다.
누리그날, 나는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고개 숙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군장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은 마을을 두른 도랑(환호)을 더 깊이 파고 나무 울타리(목책)를 더 촘촘히 박았다.
넘지 못하게 해야 해.
이게 무얼 닮았느냐?
사람들은 바위에 해를 새기며, 농사가 잘되기를 빌었다.
제삿날, 군장이 청동 거울을 높이 들어 해를 받았다.
사람들은 눈을 들지 못하고 엎드렸다.
번쩍이는 거울 앞에서, 사람들은 군장이 정말 하늘과 통한다고 믿었다.
어느 해 가을, 이웃 마을의 군장들이 누리네 마을에 모였다.
마을은 부족이 되고, 부족은 더 큰 무리로 뭉쳐 갔다.
세월이 흘러, 늙은 군장이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그를 위해
누구도 본 적 없는 무덤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산에서 덮개돌로 쓸 바위를 떼어 냈다.
물을 부어라!
바위가 갈라진다.
받침돌 사이 무덤방에 늙은 군장을 눕히고, 그가 아끼던 물건들을 곁에 놓았다.
청동 칼과 간돌검, 붉은 간토기, 옥 구슬.
떼어 낸 바위를 통나무 위에 얹고, 수많은 사람이 밧줄을 당겼다.
이만한 사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군장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덮개돌이 얹혔다.
흙 비탈을 걷어 내자, 마침내 고인돌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덤이 완성된 날 밤, 늙은 제사장이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아주 먼 옛날,
아들이 하나 있었단다…
그런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조금씩 모습을 바꾸어 갔을 것이다.
곰과 호랑이,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이의 이야기.
우리 역사 첫 나라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