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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솟대가 선 마을
제13화

솟대가 선 마을

삼한 · 3세기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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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와 함께 보면 더 생생해요.
장면마다 바람·모닥불·강물 소리가 바뀌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 음악도 달라져요.
지난 이야기

동해 바닷가의 작은 나라 옥저와 동예에는 큰 임금이 없이, 마을마다 우두머리가 사람들을 이끌었다. 옥저 사람들은 이웃의 큰 나라 고구려에 소금과 생선을 져 날라야 했고, 동예 사람들은 시월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밤낮으로 노래하고 춤추었다.

등장인물

솔이이 이야기의 주인공.
마한 강가 마을의 아이
마루솔이의 오빠.
나무로 새를 깎는다
어머니솔이의 어머니.
구슬 목걸이를 아낀다
천군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사람
신지솔이네 나라의
우두머리
변한 쇠장수동쪽 변한에서
쇠를 싣고 온 사람

고조선의 준왕이 바다를 건너 닿았다는 남쪽 땅, ‘한(韓)’.

서쪽에는 마한, 동쪽에는 진한과 변한.

작은 나라 일흔여덟이
어깨를 맞대고 사는 땅이었다.

솔이나는 솔이. 마한의 쉰네 나라 가운데 한 나라, 어느 강가 마을에 산다.

솔이이 이야기의 주인공
어머니솔이야! 닭 좀
몰아 와라!

솔이우리 집은 무덤처럼 봉긋한 흙집이다. 문은 지붕 꼭대기에 나 있다.

솔이우리 마을 닭은 꼬리가 다섯 자도 넘는다.

솔이거기 서!
꼬리만 길어 가지고!

솔이우리 마을 어귀에는 나무 새를 얹은 장대들이 서 있다. 오빠 마루는 그 아래에서 곧잘 새를 깎았다.

솔이오빠,
또 새 깎아?
마루이건 솟대 꼭대기에
올릴 거야.
솔이새는 왜 올려?
마루새는 하늘까지
날아가잖아.
우리 바람을
하늘에 전해 달라고.

그해 봄, 쇳덩이를 가득 실은 배 한 척이 강을 거슬러 올라왔다.

변한 쇠장수동쪽 변한에서 온 장사꾼
쇠 왔소!
변한 쇠요!

사람들은 쌀과 베를 들고 나와 쇠와 바꾸었다.

마을 사람이 쌀이면
쇠 몇 덩이요?
쇠장수우리 변한 장터에선
쇠가 곧 돈이라오!
쇠장수그 목걸이면
쇠를 한 아름 주지!
이건 안 돼요.
우리 집 보물이에요.
어머니솔이의 어머니

마한 사람들은 금이나 은보다 구슬을 보물로 여겼다.

마한쉰네 나라진한열두 나라변한열두 나라낙랑군대방군(추정)예(동예)왜↑ 고구려서해동해남해솔이네 마을(상상)변한의 쇠가 간 길자리와 경계는 대략이에요
쇠장수우리 변한 산에서
쇠가 나지.
한(韓) 땅 사람은 물론,
예도 왜도 사 가고,
북쪽 낙랑·대방
두 군에도 보낸다오.
쇠장수쇠를 녹이는 불을
본 적 있느냐?
해보다 하얗게
탄단다.
마루…보고 싶어요.

5월, 사람들은 물을 댄 논에 볍씨를 뿌렸다.

아버지솔이의 아버지
아버지올봄엔 비가 적구나.
봇도랑 물을 아껴야겠다.

씨뿌리기를 마치면 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사람들은 무리 지어 밤낮없이 노래하고 춤추며 술을 마셨다.

천군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사람
마루발 맞춰,
솔이야!
솔이낮게…
높게!

수십 명이 줄지어 땅을 밟으며, 몸을 굽혔다 폈다 손발을 맞추었다.

며칠째 비가 오지 않았다. 윗마을 사람들이 봇도랑을 막아, 물을 제 논으로 돌렸다.

마루물길을 막으면
우리 논은 다 말라요!
윗마을 사내우리 논부터
살고 봐야지!
윗마을 사람사람이 쓰러졌다!
저놈을 잡아라!
마루나, 나는…
그러려던 게…
솔이오빠!
소도로 달려!
소, 소도다!
멈춰!

그곳은 소도. 큰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매달아 귀신을 섬기는 곳이었다.

도망한 사람이 소도에 들어가면, 아무도 그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천군이곳은 귀신이
머무는 땅이다.
들어온 사람을
내어 줄 수 없다.
윗마을 사람신지님!
저놈을 내주시오!
신지…소도 안의 일은
나도 어쩔 수 없네.
신지솔이네 나라의 우두머리

나라를 이끄는 이는 신지, 하늘에 제사 지내는 이는 천군. 두 사람은 따로 있었다.

솔이그날 밤, 나는 주먹밥을 싸 들고 몰래 소도 어귀로 갔다.

솔이오빠… 밥.
마루그 사람…
깨어났대?
아직…

쓰러진 사내의 집에서는 값을 치르라고 했다.

어머니구슬이야
다시 꿰면 그만이지.
아들은…
하나뿐이다.

다행히 쓰러졌던 사내는 깨어났다. 신지가 두 집안 사이에 서서 다툼을 풀었다.

신지원한은 여기서 묻게.
물길은 두 마을이 나눠 쓰고.

며칠 뒤 새벽, 마루는 돌아가는 쇠장수의 배를 타고 변한으로 떠났다. 쇠를 벌어 어머니의 구슬을 다시 채워 드리겠다고 했다.

마루시월 제사 때
꼭 돌아올게!
솔이새는 내가
마저 깎아 놓을게!

배는 강을 내려가 바다로 나가,

남쪽 바닷가를 따라 동쪽으로 또 동쪽으로 나아갔다.

쇠가 나는 땅, 변한으로.

변한의 쇠를 만드는 마을. 마루는 날마다 가죽 풀무를 눌러 가마에 바람을 넣었다.

대장장이더 세게!
불이 하얘질 때까지!

가을이 오자, 대장장이는 마루에게 쇠 몇 덩이를 품삯으로 주었다.

대장장이땀으로 번 쇠다.
장터에선 돈 노릇을 하지.
마루이걸로… 어머니 구슬을
살 수 있을까요?

솔이오빠가 떠난 뒤, 나는 날마다 오빠가 깎다 만 새를 깎았다.

마루새는 하늘까지 날아가잖아.
솔이오빠는 지금쯤…

10월, 추수가 끝났다.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이 솔이의 새를 얹은 새 장대를 세웠다.

솔이동쪽을 보게 해 줘요.
오빠가 오는 쪽!
아버지그래, 동쪽이다!

농사일을 모두 마친 10월, 사람들은 다시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5월처럼 노래하고 춤추었다.

그때, 동쪽 길로 누군가 걸어 들어왔다.

솔이…오빠?
솔이오빠!
마루어머니 구슬…
새로 꿰어 왔어요.
어머니아들은… 하나뿐이다.
내 보물이…
돌아왔구나.
마루우리 바람을
하늘에 전해 달라고.

솟대 위의 나무 새들은, 오늘도 하늘을 본다.

그 무렵, 한(韓) 땅의 작은 나라들 가운데 몇몇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마한의 백제국, 진한의 사로국, 변한의 구야국.

훗날 백제와 신라, 그리고 가야로
자라날 나라들이었다.

제13화 끝

역사 노트

이야기 속 장면은 이런 기록과 유적을 바탕으로 그렸어요.

  1.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韓)’ 조『삼국지』 ‘한(韓)’ 조 · 마한·진한·변한과 백제국(伯濟國)이 보인다

    『삼국지』가 전하는 삼한

    3세기 후반 진수가 쓴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조는 삼한을 전하는 가장 오래되고 자세한 기록이에요. 대방군 남쪽의 한(韓)은 마한·진한·변한(변진) 세 갈래였는데, 마한에는 쉰네 나라의 이름이 실려 있고 진한과 변진은 합해서 스물네 나라라고 했으니 모두 일흔여덟 나라예요(『후한서』도 78국으로 정리했어요). 큰 나라의 우두머리는 신지, 그다음은 읍차라 했어요. 마한의 목지국(『삼국지』에는 월지국)에 있던 진왕이 여러 나라를 이끌었다고 해요.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조 · 『후한서』 동이열전
  2. 화순 대곡리 출토 잔무늬 거울(정문경)화순 대곡리 잔무늬 거울 · 국보

    천군과 소도

    『삼국지』는 나라의 중심 읍마다 한 사람을 세워 하늘의 신에게 제사 지내게 하고, 그를 천군이라 불렀다고 적었어요. 또 나라마다 소도라는 별읍이 있어 큰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매달아 귀신을 섬겼는데, 도망한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면 돌려보내지 않아 도둑질을 일삼는 자가 많았다고 해요. 정치를 맡은 신지·읍차와 제사를 맡은 천군이 따로 있던 모습을 흔히 제사와 정치가 나뉜 사회로 풀이하지만, 천군이 소도를 다스렸다고 기록이 딱 잘라 말하지는 않아요. 사진은 이 이야기보다 수백 년 앞선 기원전 3세기 무렵의 전남 화순 대곡리 무덤에서 청동 방울(팔주령)과 함께 나온 잔무늬 거울로, 이런 거울과 방울을 지닌 이가 제사를 이끌었을 것으로 봐요.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조 · 화순 대곡리 유적
  3. 5월과 10월의 제사

    마한 사람들은 해마다 5월에 씨뿌리기를 마치면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무리 지어 밤낮없이 노래하고 춤추며 술을 마셨대요. 수십 명이 함께 일어나 줄지어 땅을 밟고 몸을 낮췄다 높였다 하며 손발을 맞추는 춤이었고, 10월에 농사일을 마치면 또 그렇게 했어요. 광주 신창동 유적에서는 볍씨와 함께, 기원전 1세기 무렵 벚나무로 만든 10줄짜리로 보이는 현악기와 북으로 보이는 나무통이 나왔어요. 『삼국지』도 변진에 ‘축(筑)을 닮은 슬(瑟)’이라는 현악기가 있다고 적었지요.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조 · 광주 신창동 유적
  4. 무덤 같은 흙집, 그리고 구슬

    『삼국지』는 마한 사람들이 풀로 지붕을 인 흙집에 사는데, 생김새가 무덤 같고 문이 위쪽에 있다고 했어요. 충남 공주 장선리에서는 땅을 파서 만든 3세기 중엽~4세기 전반의 흙방(토실) 39기가 나왔는데, 이 기록과 이어 보는 학자가 많아요. 마한 사람들은 금·은이나 비단보다 구슬을 보물로 여겨 옷에 꿰어 달거나 목과 귀에 걸었대요. 꼬리가 다섯 자 넘는 닭과 배(梨)만큼 큰 밤이 난다는 기록도 있어요.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조 · 공주 장선리 유적
  5. 초기 철기 시대의 쇠 칼과 쇠 낫초기 철기 시대의 쇠 칼과 쇠 낫 (참고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변한의 쇠, 다호리의 붓

    『삼국지』는 변진·진한에서 쇠가 나서 한·예·왜가 모두 가져다 쓰고,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중국에서 돈을 쓰듯 쇠를 쓰며, 낙랑·대방 두 군에도 대어 주었다고 했어요. 쇠는 판 모양 쇠도끼(판상철부)나, 조금 뒤 삼국 시대 무덤에서 많이 나오는 가운데가 잘록한 쇠판 덩이쇠(철정) 같은 모양으로 오갔다고 봐요. 창원 다호리 1호 무덤(기원전 1세기 후반)에서는 대나무 바구니에 담긴 붓 다섯 자루와 쇠 손칼이 나왔어요. 나무쪽에 글씨를 쓰고 손칼로 깎아 고쳤을 것으로 보여, 교역을 하며 글자를 썼다는 증거로 꼽혀요.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조 · 창원 다호리 유적
  6. 원삼국 시대의 오리 모양 토기원삼국 시대의 오리 모양 토기 · 국립중앙박물관

    솟대와 새

    오늘날 마을 어귀에 세우는 솟대는 긴 장대 끝에 나무 새를 얹은 것으로, 『삼국지』의 소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의견이 많아요. 『삼국지』는 변진 사람들이 장례 때 큰 새의 깃털을 함께 보내 죽은 이가 날아오르기를 바랐다고 적었고, 신창동 유적에서는 새 모양 나무 조각이, 낙동강 유역의 무덤들에서는 오리를 닮은 새 모양 토기가 나와요. 새를 하늘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존재로 여겼다고 풀이하지만, 솟대가 언제 생겼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어요. 이 화의 솔이네 가족과 마을 사람들, 쇠장수, 그리고 천군과 신지는 모두 상상으로 그린 인물이에요.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조 · 광주 신창동 유적
  7. 서울 풍납동 토성 — 아파트 사이로 남은 백제의 성벽풍납토성 · 서울 송파구

    삼한에서 자라난 나라들

    『삼국지』에 실린 마한의 나라들 가운데 백제국(伯濟國)이, 진한에는 사로국(斯盧國)이, 변진에는 구야국(狗邪國)이 보여요. 이 작은 나라들이 이웃 나라들을 아우르며 자라나 훗날 백제, 신라, 가야가 되었다고 봐요. 『삼국사기』는 백제와 신라가 일찍부터 꽤 큰 나라였던 것처럼 적었지만, 3세기의 『삼국지』에는 아직 여러 작은 나라 이름 가운데 하나로만 나와요. 서울의 풍납토성은 이렇게 자라난 백제의 왕성으로 꼽혀요.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조 · 『삼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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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 자명고가 찢어지던 밤

서기 32년, 고구려 대무신왕의 아들 호동이 옥저 땅에서 낙랑의 왕 최리를 만난다. 적이 쳐들어오면 저절로 울린다는 낙랑의 북과 뿔피리, 그리고 칼을 품고 무기고로 숨어든 낙랑의 공주.

사진 출처

이 웹툰의 삽화는 모두 새로 그린 것이며, 등장인물의 이름과 대사는 역사적 사실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상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연대와 해석은 학계의 일반적인 설명을 따랐고,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역사 노트에 밝혀 두었습니다.